영실 등산길에서 보이는 영실기암과 비폭포, 오백나한.(파노라마 사진)
지금까지 성판악/관음사 코스쪽으로만 등산을 2번 다녀왔었는데...
영실~어리목 코스는 아무래도 저 위의 코스보다는 거리도 짧고 시간도 적게 든다고 해서...
(중간중간 엄청 힘든 지점이 있다 할지라도)여유롭게 등산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결정했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하산길인 어리목 코스쪽의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어서...
내려오는데 사실 고생을 매우매우 많이 했다. (스키장 최상급자 코스에서부터 약 2시간을 운동화 신고 뛰어 내려온 셈-_-)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3월에 등산을 계획하신 분들이 나처럼 봄 산이라고 여유 부리다가 고생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고,
또 다른 하나는 제주도는 교통편이 인터넷에 잘 나와있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등산하려는 분들에게 정보 제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덧붙여 등산 코스와 시간 안배 같은 정보도 드리고..
(그럴려고 일부러 시간 쫓겨 등산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도 스마트폰의 Foursqure 앱을 이용해서 지점마다 check-in 시간을 찍었다는 거...)
분명히 몇년전 한라산에 등산했을 때에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일반 버스를 타고 성판악코스 시작점에 갔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가려는 영실~ 어리목 코스쪽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해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제주에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는 버스들은 많은데, 대부분 다들 자가차량이 있어서 그런지 버스 자체가 엄청 드문드문 오니 그 점은 참고하시길.)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표를 끊어서 사도 되고, 실제로 T-money 기계가 장착되어 있어서 후불제 신용카드로 된 교통카드는 안되지만, T-Cash같은 선불용 충전용 카드를 가지고는 직접 탈때 기사 아저씨에게 도착지를 말해주면 가격을 찍고 탈 수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실매표소까지의 가격은 2500원 (어리목은 2000원일거다)
다만 버스가 6;30(하절기) 8;00 9;00 10;00 11;00 12;20 13;40 15;00 16;00(하절기) 에 출발하니 참고해야 한다.(3월은 동절기에 해당)
나는 9시에 일어나서 천천히 나와 버스 30분 기다리고 30분 걸려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게 10시 50분. 표 끊고 화장실 다녀오니 11시 버스가 2분차로 떠나버려서 터미널에서 12시 20분까지 기다려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실 매표소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0분 정도 소요되어 영실 매표소에 도착한게 1시 10분경.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어리목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 시간을 물으니 4시 55분이라고 했다.(즉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 45분 정도, 기사 아저씨의 설명에 의하면 올라가는데 2시간 20분, 내려오는데 1시간 30분정도 걸린다고.. 조금 서두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
올라가는 길에 버스 노선의 시간표를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4월부터는 막차가 5시 55분이다)
서둘러 등산을 시작했다.
영실~윗세오름~어리목 등산 코스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눈 때문이 아니었다면, 5시간 정도로 남벽분기점을 찍고 내려오는게 충분히 가능했을것 같은데,
어쨌거나 처음에도, 마지막에도 눈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버렸다.
영실매표소 -- 영실휴게소 --3.7Km--윗세오름 --4.7Km--어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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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2.1km -- 남벽분기점 --7.0km--돈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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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X(출입제한중)--백록담
나의 등산 코스를 좀 자세하게 잘라서 먼저 말 하자면, 아래와 같다.
(나는 막차 버스를 타기 위해서 좀 빨리 걸어 올라가고 좀 빨리 걸어 내려오려고 했고,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는 바람에 눈이 미끄러워 일반 등산장비를 갖춘 사람보다 좀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1)영실매표소 --(걸어서40분, 승용차로 6분) -- (2)영실휴게소 -- (25분,0.8km) -- (3)한라산 오백나한 --(30분) -- (4)병풍바위 --(25분) -- (5)선작지왓 --(15분) -- (6)윗세오름 --(25분)-- (7) 만세동산 -- (25분) -- (8) 사제비물 약수터 -- (50분) -- (9)어리목
즉 산에 올라가는데 1시간 35분(+35분), 내려오는데 1시간 40분이 소요되어 등산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약 4시간(3시간 50분)이었다.
(1)에서 (2)로 가는 길은 약간 지겹지만 가벼운 산보로 걷기에 좋은 길이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슬슬 걸어올라가기에 참 좋았다. 다만 올라가는 길이 좀 힘들긴 하다(경사가 좀 있다). 나로서 걷기가 힘든건 사실 눈때문이었다. -_- 처음 15분 정도는 즐거워도 갈수록 지겨워지고 힘들어지니.. 지나가는 차가 있다면, 태워달라고 부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버스는 못가지만, 자가용은 영실휴게소까지 올라갈 수 있다)
(2)에서 (3)으로 가는 길도 그닥 어렵진 않다. 그냥 일반 편안한 산길을 등산하는 느낌이다.
눈덮힌 산길 사이로 졸졸 계곡물이 흐르고... '아, 이제 봄이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즐거운 산행길의 시작이었다.
그러다 보니 눈에 탁 트인 절경들이 보이며, 어느새 오백나한테 도착했다.
잠시, 보이는 절경의 유래를 한번 읽어보자..
(어미의 육신이 담긴줄도 모르고 500명의 자식이 죽을 먹은 후에야 알고 비통해서 돌이 되었다나 뭐라나~)
날씨가 좀 안좋았지만 실제 오백나한의 모습은 이렇다.
(3)에서 (4)로 가는 길이 좀 고행 길이다. 경사가 몹시 가파르다. 그런데 경치는 죽인다...
실제로 오백나한 옆에는 영실기암과 비폭포, 그리고 바로 병풍바위가 보인다.
여기 비폭포에 있는 빙벽이 봄이라고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풍경을 쳐다보다 우연히 보았는데, 장관이었다.
뭐 이 등산길은 대략 이런 끝도없는 가파른 나무계단으로 쭈욱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옆에는 아주아주 멋있는 절경이 함께이기 때문에 나름 즐거운 길~
바로 보이는 이곳이 올라가야 하는 길인 다음 체크인 장소인 병풍바위다.
한참 올라가다 밑을 내려다보면, 꽤 많이 올라왔다는 사실에 뿌듯해진다.
(4)에서 (5)로 가는 길은 다시 등산하는 느낌 수준으로 난이도가 이전보다 약간은 낮다. (그래도 피로가 누적되어 조금 힘들긴 하다 ㅎ)
뒤도 살짝 돌아보면, 아름다운 전경이 역시 펼쳐진다.
걷다 보면 뒷동산에 산책 나온 것 같기도 하고, 꼭 아름다운 큰 정원 감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정상에 도착했다..라는 생각이 들 무렵 보이는 풍경이다. '우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5)에 도착하면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기분도 상쾌해지고 무엇보다 눈이 즐겁다.
끝없이 펼쳐진 눈밭이 참 아름답다.
너무나도 조용한.. 아름다운 전경앞에 사각사각 눈 밟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을 땐,
저쪽에서 사람이 보이기만 해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바로 앞에 백록담도 보인다 (다만 자연 훼손때문에 백록담으로 가는 길은 막혀있다)
바로 이곳이 선작지왓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왠지 4-5월에 오면 꽃이 펴서 무척이나 아름다울 것 같다...
(5)에서 (6)으로 가는 길은 그냥 눈 쌓인 평지를 걷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근데 여기가 3월의 제주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꼭 외국(알래스카?)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자연을 조용히 감상하며, 조용한 눈덮힌 산 위의 평지를 사진을 찍으며 걸어갔다.
(6)에 도착하니 위로 더 올라가는 길이 시간때문에 차단되어 있었다. 어차피 버스 타야 하니 내려가려고 마음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6)에서 (7)로 가는 길은 눈이 좀 있어도 역시 아주 편안하게 걸을 만 했다.
산 정상이어서 그런지, 밑에서는 구름이 잔뜩 끼어 우중충한 날씨였는데, 이곳에서는 참 날씨가 경쾌하고 따듯했다.
걸어 가다가 뒤 돌아보았을 때 보이는 풍경.
오른쪽 방향이 윗세오름. 왼쪽에 보이는게 한라산 주봉(백록담).
눈길과 눈이 녹은 길이 반복되는 나름 평탄한 길이 한 10분여동안 계속된다.
여기저기 사진 찍고 완전 여유부리면서 만세 동산에 도착.
만세동산 전망대로 걸어가서 주변을 내려다 봤다. (특별히 전망대에서 볼거리가 좋지는 않지만, 보이는것의 이름/명칭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려준다)
호오~ 한라산에 오름들이 진짜 많다. 이름도 정말 많다....
(7)에서 (8)로 접어들어 가는 길에서 살짝 깨달음이 왔다. 이거 하산길이 만만치 않겠는데? 하는..
하지만 여기에 도착할때까지도 이렇게 끝까지 눈덮힌 산길일지는 몰랐다..
가는 길에 까마귀 두마리를 만나서 노닐기도 하고~
(한라산 까마기도 거의 안면도 거지갈매기처럼 과자 참 좋아하고, 사람 안무서워한다.)
그렇게 걷다보니 (8)사제비물 약수터에 도착했다.
목도 마르고 얼른 물통에 물 담아서 물을 마셨다.
근데 (8)에서부터는 사실 포스퀘어 체크인이고 사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생사를 넘나들며, 버스시간에 맞춰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에 쫓겨서 무작정 내려갔었던것 같다. 일반 등산로가 너무 미끄러워 나무사이에 없는 길을 만들어서 내려오는데, 그러다가 발을 넣었는데 푹 빠져서 허우적 대며 겨우 기어올라오기를 여러차례 반복했다.
한걸음 한걸을 걷다보면 이렇게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쳐 걸어내려가거나,
경사가 매우 기울어져있는 아주 미끄러운 얼음길을 가야 했다. ㅠㅠ
눈이 없었으면, 사실 (6)에서 (9)까지 가는 길이 몹시 쉬웠을 것 같다. 경사가 많이 가파르지도 않고 적당히 산길과 나무 계단길이 섞여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았을 것 같았다.(1시간 20분이면 충분할듯)
(7)부터 (9)까지.. 아니 사실 마지막 2개를 빼면 하산길의 80%는 눈으로 완전 덮혀있다고 보면 된다.
(한라산에 보면 표지판이 8부터 1까지 꼽혀있는데(10등분 해서), 마지막 2개를 제외한 전 구간이 눈으로 완전 뒤덮혀있었다.)
어쨌거나 버스 타겠다는 일념으로 엄청 열심히 눈속에서 허우적대며 뛰어 내려 왔건만...
2분 늦어 버스는 떠나버렸다. (4시 57분 도착)
허탈해 하며 어쩌지 하고 있다가 하산할때 옆에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분들을 뵈었다.
(눈에서 미끄러워서 어쩔줄 몰라 할때 '조심히 내려와요' 말도 건네주시고,
나중에 시간이 없어서 혼자 길 없는데를 푹푹 뛰어서 내려올때에도 옆에서 같이 내려오시고)
그래서 그 분들께 부탁해서 일단 시내까지 차를 얻어타고 와서, 택시 타고 숙소로. :)
이번 등산으로 얻게 된 교훈이라면...
3월 등산도 봄이라고 생각하고 얕잡아 보지 말자. 겨울 등산장비(등산화와 아이겐은 필수이고, 지팡이나 장갑도) 꼭 챙겨 갈것.
그리고 어리목 주차장 밑에 내려오자마자 얼마 안되어서 운무가 갑자기 몰려오더니, 이렇게 갑자기 어둑어둑해져버렸다.
산에 갈때는 항상 철저한 준비가 필수인듯. ㅎㅎ